일반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미국 주식과 국채 가격이 최근 동조화되고 있다. 달러와 유가도 과거와 달리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또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엔화, 스위스프랑 등의 매력이 떨어져 미국 달러 표시 자산으로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현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 주식과 국채 가격이 함께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S&P500 지수는 작년 12월 중순 이후 14%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저 수준인 1.9%대 안팎에 머물렀다. 금리가 낮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통상 주가가 상승하면 국채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WSJ는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낮아져 주가가 상승했지만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으며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해외 투자자들은 유럽 재정위기 이후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 미국 내부적으로 중앙은행(Fed)이 장기 국채를 사들이고 단기 국채를 파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을 편 것도 국채 가격이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다. 미국의 제로금리 유지 방침과 3차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도 국채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와 유가의 상관관계도 낮아졌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유가는 하락한다. 달러 표시 자산인 원유가 비싸지면서 원유 선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달러와 유가가 함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12% 상승했다.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런던국제거래소(ICE) 달러 지수도 4.8% 올랐다. 수년간 마이너스(-)권에 머물렀던 달러와 유가의 상관지수는 최근 0.3을 기록, 플러스(+)로 돌아섰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우면 같은 방향으로, -1에 가까우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가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이란 사태에 따른 공급 부족 불안감 때문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체제 유지 비용이 늘어난 것도 유가 상승의 이유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늘어나는 재정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유가 손익분기점이 2010년 배럴당 68달러에서 지난해 86달러로 1년 새 18달러 상승했다. 유가가 올랐음에도 달러 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 때문이다. 재정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유로 대비 달러 매력이 높아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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