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9개월째 연 3.25%로 동결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8일 오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25%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된 뒤 내리 9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은 금통위의 이번 동결 결정은 유럽 재정위기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실물 경기침체 가능성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결 외에 다른 선택 사항이 많지 않았다고 분석이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정상화(금리 인상)를 보류하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내려오며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금리 동결을 선택한 배경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상승, 지난 1월(3.4%)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여전히 높기는 하지만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반면 그리스 등 대외 불확실 요인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정책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서 향후 소비자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한 달 새 13% 상승, 배럴당 120달러선에서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반영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4%대를 기록하고 있다.
박 위원은 "대외 수입의존도가 절대적인 유가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며 "소비자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도 하지만 구매력 저하를 유발해 경기둔화를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 상승 부분 역시 물가 상승 요인인 동시에 공급 쪽 요인으로 인한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또 "한은의 정책 기조는 상반기에는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가 하반기에는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준금리는 2009년 2월에는 사상 최저치인 2%까지 내려갔다가 2010년에 두 차례, 지난해에는 1월과 3월, 6월 총 세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인상된 뒤 계속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금통위 기준금리 발표 직후에도 큰 변동 없이 1120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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